VR·AR, 올해도 테마파크?

정교해진 가상현실, 2% 부족하다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서울 VR·AR EXPO 2018’이 개최됐다.

전 세계 100여개 가상·증강현실 관련 업체와 포켓몬고를 개발한 나이언틱의 마사시 카와시마(Masashi Kawashima) 아시아디렉터, 업로드VR의 윌 메이슨(Will Mason) 창립자, 모구라VR의 구보타 슌(Kobota Shun) 창립자 등 글로벌 VR 업계 리더들이 총 집결하는 대규모 전시회였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VR·AR 엑스포가 개최됐다.  ⓒ 김은영/ ScienceTimes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VR·AR 엑스포가 개최됐다. ⓒ 김은영/ ScienceTimes

가상·증강현실 기술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면서 이번 엑스포에 거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올 해에도 주류를 이루는 종목은 VR 어트랙션 위주였다. 교육용 콘텐츠 출품업체도 크게 줄었다. 안전 등 세이프티 관련된 제품도 구색 맞추기 수준이었다.

물론 기술 특성상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콘텐츠와 제품들이 많았다. 큐브형 게임방, 가상현실 노래방, VR 슈팅게임, 포커게임 등 체험형 VR에는 많은 인파들이 몰리며 현실세계에는 없는 가상의 재미를 즐겼다.

‘서울 VR·AR 엑스포 2018’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 ⓒ 김은영/ ScienceTimes

‘서울 VR·AR 엑스포 2018’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 ⓒ 김은영/ ScienceTimes

나흘간 계속된 가상·증강현실 세계, 진보된 기술에 놀라다    

“자, 여기서 소리 질러!” “까~아아악!”

실제 놀이공원에서나 들릴 법한 괴성 소리가 현장을 덮었다. VR 어트랙션 놀이기구에 탑승한 사람들은 소리 지르라는 직원의 타이밍에 맞춰 소리를 마음껏 질렀다.

VR 어트랙션 놀이기구를 타며 환호성을 지르는 참관객들. ⓒ 김은영/ ScienceTimes

VR 어트랙션 놀이기구를 타며 환호성을 지르는 참관객들. ⓒ 김은영/ ScienceTimes

올 해 진보된 기술의 발전은 놀라웠다. 과거보다 더욱 정교해진 가상·증강현실 기술이 가미된 어트랙션 놀이기구들은 진동 등이 현실감을 주는 4D 시뮬레이터와 결합되며 참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전시회의 주류를 이루는 테마파크 VR 놀이기구에는 관람객들의 줄이 이어졌다. 360도 회전하는 VR 롤러코스터, VR 윙슈트, VR 호버보드, VR 익스트림 등 지난해보다 더 세련되고 정교한 기계들이 선보였다.

VR 플랫폼 기업 프론티스가 출품한 VR 슈트. ⓒ 김은영/ ScienceTimes

VR 플랫폼 기업 프론티스가 출품한 VR 슈트. ⓒ 김은영/ ScienceTimes

바로텍시너지의 ‘VR 윙슈트’를 입고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하고 있는 참관객. ⓒ 김은영/ ScienceTimes

바로텍시너지의 ‘VR 윙슈트’를 입고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하고 있는 참관객. ⓒ 김은영/ ScienceTimes

무엇보다 중국기업들의 약진이 눈부셨다. 지난해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 중국기업들이 대규모 부스를 차지했다. 기술이나 기구들도 국내기업들이나 여타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크게 이질감이 없었다.

무비파워 테크놀로지(Movie Power Technology Limited)는 중국 업체 중 가장 눈길을 끌었다. 무비파워는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VR 통합 산업 기업으로 VR 관련 장비 및 4D를 포함한 영상프로젝트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날 행사장에서 VR 스탠딩슈트, VR 3Q, VR 스페이스-타임 오빗 등 이색 어트랙션용 기구를 선보이면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하드웨어 장비도 외산 일색이었다. VR 기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는 대만 HTC가 개발한 ‘바이브’, 오큘러스의 ‘리프트’가 대부분이었다. 카메라 관련 제작 장비는 일본 제품들이 점령했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의 저가 VR 장비도 많았다. 삼성전자의 ‘기어VR’은 핸드폰에 부착해 사용해야하는 기계 특성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참관객이 중국 무비파워 테크놀로지사가 개발한 궤도를 돌면서 스피드를 즐기는 셔틀, 'VR 스페이스-타임 오빗(오른쪽)'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한 참관객이 중국 무비파워 테크놀로지사가 개발한 궤도를 돌면서 스피드를 즐기는 셔틀, ‘VR 스페이스-타임 오빗(오른쪽)’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 김은영/ ScienceTimes

중국, 일본, 대만 등 외산장비에 눌린 VR, 우리는 콘텐츠로 승부    

반면 국내 기업들은 기술을 콜라보 연출하며 각자의 장점을 시너지로 승화시켰다. ‘프로젝트 X’는 국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을 가진 세 스타트업이 뭉쳐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들의 무기는 ‘상상력’이었다.

이들은 VR 어트랙션 기구에 홀로그램,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이용해 각각의 기술들을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부스 한 곁에는 DJ가 참관객들을 화려한 영상과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가상 포커 게임 ‘오아시스 VR’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 김은영/ ScienceTimes

가상 포커 게임 ‘오아시스 VR’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 김은영/ ScienceTimes

한 참관객이 AR 스포츠 코칭 솔루션 ‘Tcoach’를 체험하고 있다. ⓒ 김은영/ ScienceTimes

한 참관객이 AR 스포츠 코칭 솔루션 ‘Tcoach’를 체험하고 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지난해에 이어 자체 브랜드 ‘VRX’라는 테마파크형 VR 어트렉션 제품을 선보인 스타트업 서틴플로어(THIRTEEN FLOOR)는 이번 행사에서 360도 회전하면서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 같은 경험을 이끌어 내는 ‘매트릭스(Matrix)’를 새롭게 선보였다. 또 VR 기술과 뇌파측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는 의학보조 치료 제품 ‘캄&이머스’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만든 공간에는 다양한 VR 콘텐츠들이 자리해 아쉬움을 달랬다. 안전, 과학수사, 교육용 콘텐츠들과 영화, 문화제, 공연물 등의 문화영역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여졌다.

가상 증강현실 기술과 콘텐츠의 다양한 결합을 보여준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스. ⓒ 김은영/ ScienceTimes

가상 증강현실 기술과 콘텐츠의 다양한 결합을 보여준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스. ⓒ 김은영/ ScienceTimes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애니메이션과 교육 프로그램을 접목시켰다. 다중참여형 스토리텔링 VR 콘텐츠나 AR 증강실험실 같은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애니메이션과 교육 프로그램을 접목시켰다. 다중참여형 스토리텔링 VR 콘텐츠나 AR 증강실험실 같은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교육용으로 만들어지는 가상현실 과학수사교육 소프트웨어 ‘CSI VR’이나 국보 제 285호 반구대암각화를 VR로 체험할 수 있는 ‘반구대암각화 VR’, 공룡의 정보를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더 스펠 오브 다이노’ 등은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난타공연을 VR의 융복합 콘텐츠(난타 VR : 벨제붑의 노래)로 만들거나 처녀귀신, 구미호 등 전통 설화에 나오는 영적인 존재를 중심으로 한 방 탈출 콘텐츠(전설의 고향 VR) 등은 문화영역에서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VR·AR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VR 컨텐츠 업체 브로틴(VROTEIN)은 머리에 쓰는 장비 없이 특수제작 총으로 사방에서 나타나는 괴물들을 잡는 방식의 증강현실 슈팅 게임을 선보였다.  ⓒ 김은영/ ScienceTimes

VR 컨텐츠 업체 브로틴(VROTEIN)은 머리에 쓰는 장비 없이 특수제작 총으로 사방에서 나타나는 괴물들을 잡는 방식의 증강현실 슈팅 게임을 선보였다. ⓒ 김은영/ ScienceTimes

큐브형 상자 안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하면서 노래, 영상,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즐길 수 있는 ‘몬스터 VR 큐브’. ⓒ 김은영/ ScienceTimes

큐브형 상자 안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하면서 노래, 영상,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즐길 수 있는 ‘몬스터 VR 큐브’. ⓒ 김은영/ ScienceTimes

가상·증강현실 기술은 공간과 만났을 때 더 크게 활용할 수 있다. 지역활용형 VR·AR 컨텐츠인 ‘IoT 수목원’이나 전통놀이인 고싸움놀이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현대적인 캐릭터로 재생산한 게임 ‘고싸움놀이 VR’ 등은 우리나라 지형과 고유문화를 습득하는데 도움을 준다.

가상현실을 이용해 의류 피팅을 해볼 수 있는 콘텐츠도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유니사이즈(UNISIZE)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사이즈를 미리 입력하면 쇼핑하고자 하는 옷의 최적 사이즈를 찾아준다. 유니사이즈 측은 “독자적인 알고리즘으로 1회 등록하면 빅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신체 사이즈에 맞는 옷을 추천해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엑스포에서 국내기업들은 콘텐츠와 다양한 기술들을 융복합한 새로운 플랫폼과 서비스 영역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VR 컨퍼런스 강연을 맡은 오썸피아 문민호 대표는 “앞으로 VR·AR 기술은 다양한 기술과 융·복합 되어 미술, 영화, 연극, 공연 등 새로운 문화산업 영역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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