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면적은 42만5000㎡, 내부 도로 길이만 20㎞에 달한다. 르노는 1991년 R&D(연구&개발) 시설을 한곳에 모아 효율성을 높이기로 결정한 뒤 7년에 걸쳐 테크노센터를 만들었다. 르노삼성 QM3도 이곳 작품이다.
르노는 이곳에 연간 매출액의 5~6%를 쏟아 붓는다. 연간 25억 유로(3조3000억원) 이상이다.
CAVE는 르노 테크노센터가 자랑하는 신차 개발 시뮬레이터다. 메르세데스-벤츠·BMW 연구진이 부러워하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르노 테크노센터를 찾아왔을 정도다. CAVE는 ‘컴퓨터 자동 가상 환경(Computerized Automatic Virtual Enviroment)’의 약자다. 르노는 ‘카브’라 부르지만 브랜드에 따라 ‘케이브’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방이 막힌 시뮬레이터이기 때문에 ‘동굴’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인공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특정한 공간, 환경, 상황에서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실제와 유사한 공간·시간적 체험을 제공하는 가상현실을 신차 개발에 적용했다.
영화 '아이언맨'이나 '어벤져스'에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을 통해 아이언맨 슈트를 제작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물론 영화보다는 기술 수준이 낮지만 자동차 개발 분야에서는 첨단 기술로 꼽힌다.
CAVE는 3D 구현 시스템과 슈퍼 컴퓨터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실물 크기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전투기와 같은 전쟁 무기 개발, 건축 디자인 설계 등에 사용되다 자동차 설계에 활용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과 설계 및 결함 확인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새로운 차종 한 대를 만드는데 수천억원의 개발비와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쌍용차가 올 2월 출시한 신형 코란도를 개발하는 데 들어간 기간은 4년이고 개발비는 3500억원에 달한다.
CAVE를 활용하면 자동차 개발 전에 미리 디자인이나 성능을 파악해 가장 적합한 설계를 채택할 수 있고 개발 단계에서는 모형을 만들 필요가 없으며 부품 정밀도를 점검해 결함 위험도 낮출 수 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CAVE를 이용해 연구 결과를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CAVE 덕분에 모형을 제작할 필요가 사라지면서 연간 200만 유로를 절감하고 있다.
르노삼성도 르노 CAVE 도입을 검토 중이다. 권상순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경기도 용인) 연구소장은 15일 열린 미디어 초청 행사에서 CAVE 도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르노 테크노센터에 이어) 지난해 루마니아 연구소에 CAVE가 설치됐고,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는 그 다음 예정”이라며 “우선 디지털 목업(Digital Mockup)을 올 가을 설치해 1단계 디지털 디자인 시스템을 완성한 뒤 CAVE 설치를 그룹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는 디지털 목업을 통해서 르노삼성이 개발하는 신차의 완성도를 높이고 개발 기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는 신차를 개발할 때 클레이(공업용 점토), 레진, 스티로폼 등으로 실제 크기와 같은 자동차 실물 모형인 목업을 만든다. 목업 1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3000만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목업을 활용하면 3차원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해 실제 신차 모습을 구현할 수 있는데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설계를 검증할 수 있다.
[용인=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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