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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테마파크로 `VR전쟁`에 불붙일까

이용익 기자
입력 : 
2019-08-04 22: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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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트`서 실감콘텐츠 선보여
KT, B2B로 콘텐츠 제공에 주력
외계인이 덮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VR(가상현실) 게임을 즐기고 나니 금새 피곤함을 느낄 정도로 실감이 났다. 잠시 화면이 끊길 때를 제외하고 나면 VR 게임도 충분히 즐길만한 콘텐츠라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난 2일 방문한 브라이트(VRIGHT) 신촌점은 평일 오후였음에도 꽤나 많은 방문객들이 있었다. 고객 연령층도 방학을 맞이해 그룹으로 방문한 초등학생부터 젊은 커플들,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했다. KT는 지난해 2월 GS리테일과 합작으로 도심형 VR테마파크를 설립했고 현재 신촌점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박정호 KT IM사업담당 상무는 "GS리테일에서 사업 전략을 바꾸겠다고 해서 건대점을 가져가고 신촌점은 KT가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방문객 숫자가 6만명에 달하고, 이들을 조사한 결과 만족도는 89%로 매우 높은 편이었다. 일종의 VR테마파크로서 통신사가 직접 만든 특화 콘텐츠를 즐기는 장소로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체험을 해보니 최근 어트랙션 몇가지를 추가해 새 단장을 했고, 방문객도 많아서 분위기는 좋았다. 맨 처음으로 즐겨본 게임은 가장 인기가 좋다는 '스페셜포스VR' 이었다. 드래곤플라이의 대표 IP(지적재산권)인 스페셜포스를 KT가 VR버전으로 재창조한 이 게임은 최대 4명이 VR HMD(영상표시장치)를 착용한 뒤 가상현실 속에서 외계인의 침략에 맞서는 내용이다. 평소 FPS 게임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었지만 센서가 장착된 조끼형 전투 수트까지 입은 뒤 게임을 시작하자 몰입감이 상당했다. 작은 비행선을 타고 움직일 때는 바닥에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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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장비를 착용하고 '스페셜포스 VR'을 즐기는 모습. [사진제공 = KT]
이밖에도 "게임은 그만 하고 차라리 나가서 뛰어 놀아라"고 하시던 어린 시절 부모님의 말씀에도 대응할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을 많이 쓰는 게임 종류가 많았다. VR 어트랙션 '플라잉젯'은 놀이기구에 몸을 실은 뒤 하늘을 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기구였다. 기구에 몸을 실을 때까지만 해도 가볍게 생각했지만 막상 움직임이 시작되니 마블 히어로 '아이언맨'이 날아다닐 때의 기분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함께 체험을 진행한 이들 중에는 비명을 지르며 줄을 선 고객들에게 기대감(?)을 안겨준 이들도 상당수였다. 팀플레이 AR게임 '하도(HADO)'와 앱노리의 VR스포츠 콘텐츠 6종(야구, 양궁,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스쿼시) 중에서 고른 배드민턴 대결 역시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에너지볼을 상대방에게 던져서 점수를 얻고, 배드민턴을 하듯이 손에 든 컨트롤러를 휘두르다 보니 어느새 입고있던 티셔츠에 땀이 배는 느낌이 들었다. 기본 어트랙션 이용요금은 횟수별로 최소 4000원~1만 5000원 사이에 있고, 어트랙션과 VR룸을 최대 3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 요금제 등을 잘 쓴다면 주말 데이트 장소나 가족 나들이로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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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이뤄서 상대팀에게 에너지볼을 던져야 하는 AR게임 하도(HADO)는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사진제공 = KT]
다만 현재 시점에서 KT 브라이트의 수익성이 높은 수준은 아니다. 당초 KT는 전국에 200개 이상의 브라이트 가맹점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일단은 수익성 문제로 숨고르기를 하는 상태다. 박 상무는 "매장의 임대료, 인건비 등이 만만치 않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체험을 해보니 1,2번 즐기는 것은 좋았지만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장소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았다. 일단 게임들의 플레이 타임이 대략 10분 정도로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HMD 특성상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존재했고, 같은 게임을 반복적으로 즐기고 싶게 만드는 유인도 아직 그리 많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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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KT IM사업담당 상무가 VR 사업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KT]
이를 알고 있는 KT는 우선 재방문률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어트랙션을 추가하고 요금제 개편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B2B 유통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브라이트를 일종의 '안테나샵'으로 이용해 시장 반응을 검증하는 기회로 삼고, 고객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를 패키지로 만들어 B2B 사업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 KT는 VR체험존 프랜차이즈 사업자인 3D팩토리와 제휴해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고, 오는 8월 말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에서 글로벌 VR체험존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박 상무는 "KT의 차별화된 실감미디어 체험 솔루션을 B2B 대상으로 확산시켜 국내 VR 체험존 시장 확대는 물론 글로벌 VR 체험존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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